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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운다- 글쓰기 동아리 '음식'

by Goldlee


"비켜, 난 어떻게든 나가야 한단 말이야."

닫힌 문 앞. 이곳은 어둡다.

앞에도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숨도 쉬지 못하게 나를 짓누르고 조여들고 있었다. 어둠을 밝히는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외친다. "제발 비켜줘, 난 이번에도 못 나가면 안 된단 말이야." 사정해 봐도 마찬가지인 그들은 나를 잡아끌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문이 닫히고 환한 빛이 사라진다. 내 옆에 있던 그녀가 선택되었다. 차가운 얼굴과 도도한 눈빛으로 나를 무시했던 그녀였지만 선택되어 나갈 때 그 미소는 온몸이 녹고 있는 듯 따스했다. "안녕, 다시 만날 그날까지." 들리지도 않을 작은 소리로 닫히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과 맞바꾸며 인사했다.


문이 열린 방안. 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늘은 어두운 방구석을 더 까맣게 칠하고 있었다.

"방치하는 거잖아." 열린 문틈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너는 나를 안 보고 있잖아." 대답을 망설이기라도 하면 곧바로 이어지는 말이다.

"왜! 맨날 너랑 함께 해야 하는데." 참다못해 터트리는 외침 같았다.

"그럼 난 이 어둠 속에서 갇혀 있어야 하는 거야. 너만 보고 왔는데 나를 왜 방치하는 건데."

"지겨워, 똑같은 말.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

다시 고요해졌다.


닫힌 문 앞. 어두운 그곳이다.

언제나 들리던 소리가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고 몸이 떨리는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숨죽여도 숨을 헐떡이게 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찾아온 한 마디.

"무서워."

부둥켜안고 있으니 내 땀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흘러 내기기 시작했다. 단단했던 우리들 틈으로 비집고 흘러내렸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둥켜안은 우리가 서로 움직일 때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무슨 소리가 들려. 내 몸에서 나는 소리 같아."

환한 빛줄기가 들어온다. 문이 열렸다. 부둥켜안은 서로를 팽개치며 아우성 댄다.

"제발, 이번만은 무서워서 못 견디겠어. 제발 나를 선택해 줘."

나를 번쩍 안고 들어 올렸다. 웃음이 저절로 났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방구석이 더 까맣게 그늘이 진 그곳.

'쾅'하는 소리가 나고 고개 들어 보니 현관문이 힘겹게 벽을 붙잡고 있었다.

"아! 정말 답답해서 못 있겠어."

"그래. 가. 나가. 꺼져버려."

문이 닫혔는데 들렸다. 내 귀는 아직 문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조용했다. 적막함마저 든다. 언제나 고요하다. 어둠이 찾아와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딘지 모를 그곳.

이상한 냄새에 정신이 들었다. 땀이 흘러 몸이 흐느적거렸다. 넓은 바다가 고향인 고등어의 몸에는 파리가 붙어 살을 파고 있었고 눈은 점점 흐리멍덩해져 갔다. 고등어의 작은 입에서 속삭인다.

"잘 있어. 나 먼저 갈게. 안녕. 빨간 돼지야."

고등어가 죽어가며 처음에 비닐 사이로 보였던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듯했다. 아니다. 썩어가고 있었다. 죽음의 냄새는 변하고 있는 나에게서도 나고 있었다. 나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변하고 있었다. 죽고 있음을 고등어의 눈을 보고 알았다.


닫힌 문밖.

떨어질 듯 닫힌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갈 수 없었다. 어디를 서성인 건지 기억나지 않았다. 같이 나오지 못한 내 귀때문에 나는 조용한 세상을 돌아다녔다. 다시 들어갈려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변하는구나! 안에서 있을 때와 밖으로 나와 있으니 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변한 건지 네 가변 한 건지 확실히 할 수는 없었다. 흐리멍덩한 생각을 흔들어 깨 버리고 싶었다. 한숨을 내쉬며 열고 들어간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어둠이 있었고 변해버린 냄새가 있었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킁, 킁"

소리 내어 다시 맡아본다.



20250531- 봉사문화거리의 하늘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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