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삶의 작은 퍼즐들

먼 곳에서 보낸 한 해를 돌아보며

by rufina




노르웨이로 이주한 지도 어느덧 1년.
돌아보면 모든 일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불과 1년 전 일인데, 마치 꿈속 이야기처럼 아득하다.
그땐 모든 게 크고 중요한 순간들이었는데,
지금은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는 게 스스로도 놀랍다.

그래서일까.
그때그때 써 둔 일기가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202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급격하고도 커다란 변화들이 몰아친 해였다.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날 법한 일들이, 단 한 해 안에 몰려왔다.

두 번의 수술,
노르웨이로의 이주,
반려견과의 이별,
아버지의 쓰러짐,
그리고 쌍둥이 출산까지.


그 과정은 두렵고 떨리기도 했고,
때로는 몹시 슬펐다.
잠시 멈추고 싶을 만큼 힘든 날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매 순간,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 모든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묻고 또 묻곤 했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동안,
그 모든 경험은 결국 나의 삶에 의미 있는 조각으로 남았다.
그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그때마다 떠오르던 글귀가 있다.

"삶은 조각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손에 쥔 마음의 조각이 여러분 인생의 전체 그림에서
어디에 속하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 장영희,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
시간이 흘러야만, 지금의 일들이 내 인생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어떤 퍼즐 조각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직도 나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낯선 문화와 언어 속에 천천히 적응해 가며,
익숙해지려 애쓰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금 이 과정조차도 언젠가 의미 있는 한 조각이 될 거라는 것을.

앞으로도 수많은 조각들이 내 삶에 더해지겠지만,
언젠가 그 퍼즐이 다 맞춰졌을 때,
나는 그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 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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