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은혜였소

2024년 겨울, 감사하는 마음

by rufina



몇 달 전, 종교 매거진에서 2025년 1월호 특집 주제로 “내가 받은 복, 내가 나눈 복”에 대한 독자 원고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그 공고를 보고 노르웨이에서 적어 두었던 일기 하나가 떠올랐다. 제목은 ‘그리움 속에서 발견한 은총’이었다. 내용을 조금 수정해 원고로 제출했는데, 운 좋게도 2025년 1월호에 실리게 되었다.


이 기쁜 소식을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전했다. 친구는 내 글을 읽고 며칠 전 운전 중 들었던 CCM이 생각났다며 ‘은혜’라는 곡을 보내주었다. 친구의 말처럼, 가사가 참 좋았다. 아마도 우리가 모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그 가사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길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소.”
<CCM '은혜' by 손경민 가사 중>


노래를 듣고 나서도 그 가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낮잠 자는 쌍둥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산책을 나섰다. 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눈부신 설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나는 천천히 가사를 곱씹으며 걸었다. 그러자 노르웨이에서의 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별의 아픔도 있었고, 막막하게 기다려야만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그 안에서도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들이 분명 존재했다. 결국 기쁘고 감동적인 순간뿐만 아니라 힘들고 답답했던 순간들까지, 모든 순간이 은혜였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사실, 요즘 따라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들이 버겁게 느껴져, ‘그냥 한국에 있었으면 더 편안하고 수월했을 텐데, 왜 이렇게 무모한 결정을 했을까?’라는 후회가 나를 짓눌렀다.


그런 내게 이 노래는 마치 따뜻한 위로의 손길처럼 다가왔다. 잊고 있던 믿음이 다시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님께서 여전히 나와 함께하시며 은혜를 베푸신다는 확신이 다시금 들었다.


마음의 평화를 되찾자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내 눈앞에 펼쳐진 눈 덮인 풍경도,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도, 그리고 나를 위해 따뜻한 저녁을 준비하는 남편도 모두 주님께서 주신 은혜였다. 내가 놓치고 있던 감사의 순간들이 다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은혜였음을 다시금 가슴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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