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노르웨이인의 자세
“God Jul!”
만나는 사람마다 “메리 크리스마스(‘God Jul’)”라고 인사를 건넨다. 노르웨이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와 건물들이 화려하게 장식된다. 특히 대형 쇼핑몰과 상가들은 경쟁하듯 크리스마스 조명을 설치하고, 곳곳에서 캐럴이 울려 퍼진다. 반면, 노르웨이에서는 집집마다, 상점마다, 마을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긴 하지만 비교적 소박한 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진지하고, 오래전부터 이 날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듯했다. 10월부터 상점에는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이 등장했다. 선물 포장지부터 크리스마스 접시, 컵, 초, 장식품까지 다양했다. 또한 슈퍼마켓에서는 크리스마스 전용 쿠키와 음료들이 이미 진열대에 올라와 있었다.
처음 이런 분위기를 접한 나는 살짝 놀랐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일 년 내내 기다린 듯, 몇 달 전부터 상품을 만들고 장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쇼핑몰에 가본 경험은 인상 깊었다. 노르웨이에 온 지 9개월이 되었지만, 이렇게 붐비는 쇼핑몰은 처음이었다. 평소 주말에도 쇼핑센터는 그리 붐비지 않았기 때문에, 노르웨이 사람들은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선물을 고르며 고민하는 고객들로 쇼핑몰이 가득 차고, 선물 포장 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었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정말 중요한가 봐. 우리도 기념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잖아? 좀 신기해.”
“응. 한국의 추석 같은 날이니까. 가족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쁜 거야.”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에서 추석을 준비하는 풍경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 이웃 할머니께 갓 구운 빵을 드리러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할머니께서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인데도 정성스럽게 차려입고 계셔서, 혹시 가족들이 왔나 싶었다.
할머니께서는 잠깐 들어오라고 하셨고, 우리는 조용히 텔레비전을 보시던 할머니의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득 ‘혼자 계신데도 이렇게 단정하게 차려입으신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아마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에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몸에 배어서 오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신 거겠지.”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의 대답을 듣고, 크리스마스가 단순한 연말 행사가 아니라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오랜 전통과 문화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듯, 노르웨이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음식을 나누며, 사랑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도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며, 사랑과 나눔이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