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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쌀 Mar 13. 2020

나한테 투자할 거라며

니 돈은 니 돈이고, 내 돈은...없다

나는 국문과를 전공했다. 정확한 명칭은 '한국어문학과'다. 01학번이었고, 한 학기 반을 휴학하고(일본에 있느라) 졸업은 06년도 가을에 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공무원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았다. 과에 한두 명 정도가 '경찰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할 그 정도.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너도 나도 다 놀았다는 말이다. 


"취업하려면 평균학점 3.0은 넘어야지~" 


그럴 때였다. 

시 쓰고, 막걸리 좋아하던 선배들은 학사경고를 투고, 쓰리고 받으며 시력이 학점보다 높다고 으시대던 그 시절. 캠퍼스의 낭만, 그 끄트머리를 움켜쥔 채 보냈던 나의 대학시절.  

  

한 살 어린 남자후배가 있었다.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


아니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한 살 어린 남자후배는 한둘이 아니었다. 유난히 02학번 남자후배들과 친하게 지냈다. 내가 그 유명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 아니, 술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얘들아, 그냥 그렇다고 하자).


다음생이 있다면 이렇게 태어나고 싶다.




유난히 나를 따르는 녀석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길 때도 있었지만, 뜨문뜨문 안부를 묻고, 녀석이 대학원 졸업 후 서울에 취업한 이후로는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나 술 한 잔 하며 근황을 나누는 후배. 그래도 선배랍시고, 만나면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그랬다. 


왜냐면 나는 예쁜 누나니까. 


내 리즈 시절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아버지 일을 도우러 대구로 내려가게 되었다고 만나자는 거였다. 그래,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며 만난 자리에서 엄청난 사실을 나는 듣게 되었다.


아버지 일을 돕는다는 것이 작은 가게 도우러 간다는 건 줄 알았지...


뭐...? 그 회사 대표가 너네 아버지? 


근데도 나한테 그렇게 얻어먹었....?


ㅇㅅㄲ 진작 말했어야지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일 년에 한두 번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한다. 돈도 내가 낸다. (버릇이 이렇게 무섭다) 




녀석은 '여성으로서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나를 좋아'했다. 그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좀 더 괜찮은 사고를 가진 누나, 좀 더 바른 길을 걷고 있는 선배처럼 보이고 싶었다. 최소한 이 후배녀석 앞에서는! 

녀석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봄쌀'이라는 사람에게 투자하고 싶어.


서로 하고 있는 일 공유하고 응원하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고, 늘 엄지척 박수 쳐주고. 어쩌다 이렇게 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훈'이 투자 부분은 알아서 맡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인간에게 투자하고 싶다'고 떠들던 녀석이 슬며시 떠올랐다. 사업계획서가 정리된 대로 장문의 메일을 써서 녀석에게 보냈다. 


투자가 그 투자가 아니고?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 대표 아들이라고 해서 따로 큰 돈이 있을 리 없고, 2) 그룹 내에서도 '스타트업 투자' 라인이 있지만 본인이 담당자가 아니며, 3) 담당자와 연결을 시켜준다고 한들 본인들 사업과의 연계성이 부족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그래, 투자가 이렇게 쉽게 될리 없지. 


+ 초기 투자

그래서 초기 투자는 어떻게 되었냐면,
'훈'이 원래 계획대로 투자금을 잘 모았다고 한다. 
(푸허허허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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