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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Sep 03. 2017

지인들을 만나는 이유

4일간의 서울 방문기

근 8개월 만에 서울을 들렀다. 원래대로라면 2주일은 들렀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저런 회사 사정으로 4일밖에 쓰지 못했다. 보낸 시간의 길이와 감상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더라. 그 감상 중에서도 '지인들을 만나는 이유'에 대해서 새롭게 느낀 바가 있어, 짤막히 써놓고자 한다.




학생 때는 그저 사람이 좋았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냥 보내는 법 없이 우스개 소리라도 한참을 했다. 동아리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어쩌다가 2개 동아리에서 회장을 했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연합동아리를 한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25살 즈음에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은, 내가 내향적이라는 것이었다. 내성적,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사람들 만나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선호 여부와 내/외향성은 별개의 일이다. 밖에서 기꺼이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집에서 에너지 충전해오는 것을 반복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름의 투자다.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는 그저 '좋아서'였다.




이번 휴가 때에도 나에게 시간 투자할 것을 몇몇 지인들에게 종용했고, 감사하게도 투자를 받았고, 시간을 공유했다. 사람마다 이런저런 감상이 남았다. 이 사람과 대화하기 참 좋다, 참 잘 먹는구나, 재밌게 사는구나, 열심히 사는구나, 의외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구나, 열심히 말을 붙여봐도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대화하기 좋다고 생각들 게하는 데에는 이런저런 요인이 있더라. 두서없이 나열해보자면 이러하다.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따뜻해서

그 사람만의 감성, 세계관이 재밌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볼 줄 알아서

나에 대한 관심 또는 배려가 느껴져서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깔끔하고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내가 못 봐온 것을 볼 줄 알아서

내가 본 그리고 볼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이 와중에 단 한 명에게 '너는 대화하기 참 좋다는 감상이 남았고, 그 이유는 아마도 시선이 따뜻해서 인 것 같다'라고 했더니 기분 좋은 칭찬이라며 받아들였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던 좋은 부분을 알려주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도 상대방에게 저런 감상을 남기고 싶다. 내 시간이 귀한 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귀할 것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신변이 궁금해서라도 다들 한 번은 만날 것이다. 그 한 번을 제외하고도, 다시금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저런 감상을 진하게 남겨주고 싶을 따름이다. 도라도 닦아야 할 판이다.


29살이 되어서야 '좋아서'라고 뭉쳐진 이유들을 조금씩 헤쳐볼 줄을 알았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왜 이제야 알아가고 있는지가 아쉽다. 항상 고민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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