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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장마

김성철

할 일이 없으니 당신 잊고선

풀빛에 온몸을 맡겨야지


풀잎이 들이는 수관만큼

물들이고서는

내 이름마저 잊어버려야지


이름도 잊고 당신도 잊었으니

생의 업이 없으니

바람의 무게만큼 나이를 들이고서는

늙어야지


어느 날,

장마전선처럼 불쑥

당신이 내게 들이치면

나는

할 일도 잊은 채 당신이나 잃어버려야지


정체된 비구름을 이고선

꾸덕꾸덕 말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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