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나만 안 되는 건가요?
나는 출발선에 서면 이미 실패부터 계산한다.
건너보지도 않은 다리의 무너짐을 먼저 상상한다.
JUST DO IT.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슬로건이다.
그 브랜드는 좋아하지만 나에게 just do it 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어떤 일에 시작 전 돌다리를 두들겨 보는 것도 모자라 돌다리 앞에서 건널까 말까 고민하다 해가 질 때까지 서 있는 사람에 속한다.
새로운 일이라는 건 나에게 항상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38살쯤 느닷없이 사업자를 내고 물건을 팔아보고 싶어졌다.
무. 작. 정.
온라인을 통한 소소한 판매업의 시작을 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고민은 무슨 중소기업체를 만드는 것 마냥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세상 고민은 다 가진 사람처럼 심각해져 있었다.
'내가 해도 될까?'
'했다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시작도 해 보기 전에 나를 붙잡는 오만가지 생각들 때문에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40이 다 되어가도록 해보고 싶은 새로운 도전 하나에 작은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게도 느껴졌다.
'큰돈을 들여 뭘 시작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뭐가 이리 어려운 걸까?'
출발선을 앞에 두고 저 선을 넘을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게만 보였다.
결심을 미룬 채 생각 속에 파묻혀 지내다가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 건 어떤 글이었다.
'아무리 좋은 에너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안정감 속에 살다가 아무것도 해 보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진짜 거두어들여야 하는 수확철에 정작 아무것도 거둘 수 없게 된다'
내가 만약 과일나무 씨앗 여러 개를 받는다면...?
씨앗을 받고서 나는 심기 전에 수확 실패부터 계산한다.
병충해를 걱정하고, 태풍을 상상하고, 결국 흙은 한 번도 밟지 않는다.
그렇게 수확철은 오고, 나는 심어보지도 않은 씨앗을 손에 쥔 채 후회만 한다.
심기도 전에 이미 모든 실패를 계산하려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두려운 건 아닐까?
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것보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중한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씨앗은 계산한다고 자라지 않는다.
땅에 묻어야, 흙을 뒤집어쓰고 비를 맞아야, 비로소 싹을 틔운다.
내가 원한 건 완벽한 시작이 아니라
실패까지 통제하고 싶은 완벽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함이란 실패와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생각을 조금 바꿨다.
완벽한 대비 대신, 작은 실행을 택해 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더라도 해 봤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그런 후에는 경험치는 쌓이겠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 번 해 보자..'
그렇게 나는 38년 인생 처음으로 그저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향해 내 인생 첫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예측 불가능 하기에 그 인생 속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일들만 원했던 건 아닐까?
나는 도전이 어려운 사람이다.
'그냥 해봐'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저 도전이 어려운 게 아니라
도전에 진심이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결과뿐만 아니라 그 후에 결과에 따른 감정과 책임까지 한꺼번에 떠오르기에 그렇다.
시작이 어렵다는 건
답답하다거나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불안함 가득한 인생이라는 길에서 그저 안정을 원할 뿐 누구보다 잘하고 끝까지 하고 싶은 진심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just do it 이 안된다고 해서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까지 책임지려는 사람일 뿐이다.
“시작이 어려운 사람은 대충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