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길이 미끄러웠다. 천천히 가던 중순 간 적으로 미끄러지면서 하늘로 붕 떠올랐다. ‘아, 넘어졌다!’
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팔이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가벼운 타박상일 거라 생각했는데, 팔이 축 늘어지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참을 만했다.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근처 정형외과를 찾았고, X-ray 촬영 후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큰 병원으로 가세요. 수술이 필요합니다."
설마 했다. 단순히 인대가 늘어난 줄 알았는데, 어깨 헤드뼈가 으스러졌다고?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러나 의사가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마곡으로 이동했지만 연말이라 수술 일정이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마침내 고려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담당 의사 선생님이 X-ray를 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심하게 다쳤어요. 일정이 꽉 차서 수술이 어렵습니다."
그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고, 무력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초라하게 울 수 있구나.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제가 아는 선생님께 연락해 볼게요. 바로 가보세요.”
급히 이동한 병원에서 새로운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다행히 수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머릿속엔 온통 2주 뒤 예정된 동유럽 여행 생각뿐이었다.
“선생님, 저 여행 가야 하는데요?”
“아직 취소하지 마세요. 수술 후에 결정합시다.”
순간 웃음이 났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예상보다 길어진 수술 시간. 의사 선생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했다.
회진 때 다시 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가세요, 못 갈 이유가 없죠!" 라며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팔을 전혀 쓸 수 없었고, 씻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 상태로 여행이라니?
남편의 강한 반대로 결국 아이들만 보내고 나는 집에 남기로 했다.
퇴원 수속을 하며 의료 기록을 받았다. 그 안에는 내 어깨 X-ray 사진이 있었다.
나사가 몇 개야...?
총 13개의 나사가 박힌 내 어깨.
상완골보다 나사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순간 "이런 몸으로 내가 여행을 간다고?"
절망이 밀려왔다. 여성스러움이 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어깨는 철판과 나사 투성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변했다.
이런 상태에서도 "수술 잘 됐어요!" 라며 긍정적으로 말해 준 의사 선생님 덕분에, 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나를 포기하지 않은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삶을 바꾼 사고, 그리고 새로운 시선
이 사고는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지만,
긍정적인 한마디,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배웠다.
나는 앞으로 은퇴 후에도 긍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삶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당신도, 오늘 하루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