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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시, 사고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또 다른 선물

by 우연 Feb 20. 2025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고, 결혼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렇게 5년이 지나 첫째를, 그다음 해에 둘째를 낳았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이 울산으로 발령을 받으며 우리는 10년간 주말부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여자들만 한집에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편한 점도 많았다.


그 시기는 아이들의 사춘기와 겹쳤다. 남편 없이 혼자 아이들의 학업과 입시를 챙겼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며 살았다. 특히 작은아이는 예고 준비를 하면서 학원을 전전해야 했다. 남편이 없었기에 내 판단이 전부였다. 남편은 성실히 주말마다 집에 왔지만, 육아와 집안일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었다.


큰아이는 고3이 되자마자 재수를 선언했다.

막내는 고3, 첫째는 재수생.

그 해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신앙을 붙잡았다. 기도회, 찬양 봉사를 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기도의 내용도 바뀌었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 가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큰아이는 논술전형, 작은아이는 미술 미활보 전형으로 수시를 준비했다. 작은아이는 남들보다 더 많은 전형을 도전했고, 학교에서 혼자 실기 연습을 하며 입시를 치렀다.


드디어 발표날.

"합격입니다."

나는 절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큰아이는 논술 시험을 보고 와서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표날마다 불합격이었다. 컨설팅을 예약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밤, 큰아이가 뛰어왔다.

"엄마! 합격했대!"

눈을 의심했다. "무슨 소리야? 예비번호도 없었는데?"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순간…

"으으으으악!!!"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작은아이도 같은 학교에 합격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전교권 친구들도 떨어진 학교였다.


우리끼리 웃으며 말했다.

“큰애는 심사위원이 딴짓하다가 잘못 붙인 거야. 작은애는 심사위원이 잠깐 딴 나라 갔다 왔겠지?”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는 걸.


나는 혼자서도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내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입시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다.

하지만 1년 후, 자전거 사고를 당했다.


눈이 많이 온 크리스마스이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미끄러졌다. 평소 같으면 가벼운 타박상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형외과에서 X-ray를 찍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어깨 헤드뼈가 으스러졌어요. 수술이 필요합니다."


나는 또 혼자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료 파업으로 병원을 전전해야 했고, 남편이 그 과정을 함께했다.


이전 같았으면 "남편 없어도 난 혼자 잘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 후, 오른팔을 쓸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머리를 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정말 남편 없이도 혼자 잘했던 걸까?


수술 후, 남편은 나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세심하게 챙겨주고, 내가 혼자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대신해 주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입시의 성공이 기적이 아니었다.

사고가 기적이었다.


이 사고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혼자서도 잘한다고 착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한 가족’이 되었다.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꽃길만이 좋은 길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며 완전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남편이, 하나님이 나에게 보여주신 길이

결국 가장 완벽한 길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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