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점

어플 속 장바구니 속 후보들의 최종 면접장

by 제이픽셀

나는 한 달 반에 한 번 정도는 습관적으로 서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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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이면 책이 도착하는 시대지만,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사실 어느 정도는 읽고 싶은 책을 미리 정해두고 가는 편이다.

각종 큐레이션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으며 마음에 드는 책들을 미리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그렇게 내 교보문고 앱 장바구니에 쌓인 책만 수십 권.

말하자면 이들은 내게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후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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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장바구니 속 후보들을 찾아 나선다.

책의 두께가 적당한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 목차를 훑고, 프롤로그와 중간 챕터도 슬쩍 읽어본다.


이미 서류 면접을 거친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면접을 치르듯 공을 들이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차분한 서점 분위기에 취해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면접을 통과한 최종 합격자들을 골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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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서점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눈에 띈 책을 집어 오기도 하는데, 이건 일종의 특별 전형이다.


보통은 한 번 갈 때, 인문학 서적 한두 권과 과학 서적 한 권, 이렇게 총 세 권 정도를 집으로 데려온다.


소설은 유독 마음이 끌리는 날에만 신중하게 고른다.

소설도 좋아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너무 순식간에 끝내버려 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다.


하지만 가끔은 그 흡입력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도 한다.

최근에 읽은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랬다.

두꺼운 두께 때문에 몇 달을 고민했지만, 막상 펼치니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였다.

책을 덮고 영화까지 챙겨 본 뒤 한동안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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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서점의 차분한 분위기도,

네모네모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도,

누군가의 안목으로 큐레이션 된 매대 위의 풍경도...

그 모든 공기가 너무 좋다.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서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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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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