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눈

밍숭맹숭하게 지나간, 나의 겨울에게

by 제이픽셀

나는 눈이 좋다.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그 하얀 눈 말이다.

DSC04600 21.32.25.jpg


이제 겨울이 끝자락에 닿고 봄기운이 완연하니, 못내 아쉬운 마음에 눈 이야기를 꺼내 본다.


어른이 되면 다들 제설 걱정에 눈이 싫어진다고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이 좋다.

물론 눈이 오면 출퇴근길이 고달파지고,

녹을 때쯤 도로 한편에 지저분하게 쌓인 까만 눈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다.


DSC02828.jpg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펑펑 떨어지는 풍경은 언제 봐도 예쁘고,

발밑에서 들려오는 뽀득뽀득 소리와 그 느낌은 기분을 참 좋게 만든다.


그런데 올해는 눈을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적어 유독 아쉬움이 크다.

유독 한밤중에만 몰래 내린 탓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 구경을 못한 것도 서러운데,

이른 아침 재빠른 제설 작업 덕분에(?!) 쌓여 있는 눈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일까, 이번 겨울은 왠지 모르게 밍숭맹숭하게 지나간 기분이다.

물론 살을 에던 매서운 추위를 생각하면 결코 밍숭맹숭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겨울의 주인공인 눈을 한 번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심심하게 만든다.


2_231213_DSC02809-편집.jpg

사실 나는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겨울에 정을 붙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눈인데,

그마저 없었으니 이번 겨울은 유독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쩍 따뜻해진 날씨가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진다.

수요일 연재
이전 06화5. 불꽃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