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았지만, 더 묻고 싶진 않았다

by 틈빛


그 후로 상당기간 우리 사이는

서로 배려와 지원을 듬뿍 주고받는

여느 신혼부부의 모습과 같았고

새로 시작한 사업 때문에

남편이 늦게 들어온 날이 몇 번 있었다.

일이 좀 길어졌다고 했고,

그 말엔 특별히 의심할 틈도 없었다.


설 명절이 다가왔고

늘 그래왔듯 시댁 조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갔다.

새벽이동 덕에 평화로운 낮잠을 자고 나서

사진을 공유하고자 그의 휴대폰을 열었다.

어떤 여자와 함께 저녁을 먹었고,

선물을 전하기 위해

따로 약속을 잡는 대화가 남아 있었다.


그 여자의 말투는 딱딱했고,

오히려 거리감 있는 쪽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이상하게,

그 메시지에서

그 사람이 그 여자를

조금 더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 잘라 설명할 순 없었지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결국 울면서 물었다.

“이거,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당황했다.

당황한 얼굴로

펄쩍 뛰며 말했다.


“진짜,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고마운 일이 있어서,

밥 한 끼 사고, 선물 준 것뿐이야.”


나는 울고 있었고,

그는 그런 나를 안고

계속해서 말했다.

“오해하지 마.

정말 별일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해서가 아니라,

다시 물어도 같은 대답뿐일 것이기 때문에.


더 말하는 순간

무너지는 건

이 관계가 아니라

내가 될 것 같아서.


그날,

나는 울었고

그는 다급하게 나를 달랬다.

우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하루를 넘겼다.


그 사람은

진심으로 펄쩍 뛰었고

나는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 두 개의 진심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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