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비싸지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덜 부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by 김선철

▲건축물을 위로 증축하면 수평 하중과 휨 하중이 증가한다. 출처 : 뉴스H



처음엔 다들 같은 말을 한다. "리모델링이니까 공사비가 덜 들겠지." 철거를 줄이고, 골조를 살리고, 기간도 짧아진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듣고 있으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장면이 바뀐다. 사업은 진행되는데 돈이 늘어난다. 견적은 '추가'라는 이름으로 계속 붙고, 주민의 불안은 '예상 밖'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결국 질문이 남는다. 왜 덜 짓는 방식이 더 비싸지는가. 이 질문의 답은 공사비 항목이 아니라, 사업을 대하는 방식 자체에 있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올라가는 이유를 "자재값 상승" 하나로만 설명하면 현실을 놓친다. 자재값은 재건축에도 똑같이 작동한다. 리모델링이 특히 더 아파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핵심은 공사량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리모델링은 기존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런데 '기존'은 도면이 아니라 시간이다. 수십 년의 하중, 누적된 수분, 보이지 않는 미세 균열, 기준이 달라진 내진·내화 요구가 한꺼번에 얹힌 상태가 바로 기존이다. 설계는 계획대로 진행되는데 현장은 계획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괴리가 비용을 만든다.


재건축은 처음부터 "새로 짓는 일"이다.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라, 리스크의 종류가 명확하다. 철거 뒤 신축이라는 흐름 속에서 변수가 많아도 관리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 상태에 따라 방향이 흔들린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추가 보강'과 '설계 변경'이 늘어난다. 사업비가 커지는 구간이 착공 이전이 아니라 착공 이후에 발생한다. 이때 주민이 체감하는 부담은 숫자보다 심리다. "대체 끝이 어디냐"는 말이 나온다.


리모델링 비용을 밀어 올리는 핵심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보강 범위의 가변성이다.

리모델링은 필연적으로 보강을 동반한다. 그런데 보강은 '정해진 물량'이 아니라 '발견되는 물량'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사전 조사에서 확인된 것과 실제 해체·노출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다르면, 계획은 수정되고 비용은 확대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강이 필요하냐'가 아니라 '보강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냐'다. 사업비는 이 상한선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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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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