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맺었는데, 돈이 안 나온다

"왜 사람들은 대출이 나올 거라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가"

by 김선철


①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된 매수인


카프카의 소설 『변신』(1915)은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음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벌레가 된 자신의 몸보다 출근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더 걱정했다.


2026년 1월, 서울 시내 은행 창구에 앉은 한 매수인의 표정도 그와 다르지 않다. 수백억 원짜리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지 한 달. 대출 심사 결과는 '부결'이었다. 금융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이유를 카프카가 끝내 설명하지 않았듯, 대출이 막힌 이유를 매수인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계약금 수억 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만이 선명하다.


② 대출 미승인, 법은 매수인 편이 아니다


부동산 매매대금이 거액이기 때문에 매수인은 대출로 일부를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대출이 갑자기 막히는 경우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른바 '해약금' 규정이다.


대출이 막혔다고 해서 매수인이 자동으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대출 미승인을 매수인의 사정으로 보아 매매계약 해제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대출 미승인은 매수인 혼자 감당해야 할 위험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선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0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3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9화돈을 풀어도 금리가 오르는 이상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