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 체제가 광고 거품을 낳는 이유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했을 때 그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기계는 한번 돌리면 멈추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장에 투입된 자본은 설비가 쉬는 순간 빚이 되고, 라인이 멈추면 고정비가 적자로 변했다.
2024년 한국 광고시장은 약 17조 원, 톱스타 모델료는 100억 원을 넘는다. 250년 전 대량생산 시스템이, 지금 광고시장의 거품을 부르고 있다.
왜 공장이 멈추지 못하면 광고비가 폭등하는가.
산업혁명은 단위당 비용을 낮추는 체계를 만들었다. 설비에 투자한 자본은 가동률을 유지해야만 회수된다. 공장을 세웠으면 돌려야 하고, 돌리면 재고가 쌓인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비용의 함정'과 '규모의 경제'가 만나는 지점으로 설명한다. 생산량을 늘릴수록 단위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은 수요와 무관하게 증산한다.
초과공급이 상시화되면 가격 경쟁은 자살행위다. 그래서 기업은 가격 대신 '차별화'로 승부한다.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이 세 가지를 단시간에 획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광고다.
초과공급 상태에서 광고는 '투자'에서 '방어비용'으로 바뀐다.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스의 '신호 이론'은 이 현상을 설명한다.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기업은 자신의 품질을 증명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광고는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우리는 이만큼 쓸 여력이 있는 회사'라는 신호다.
여기서 셀럽이 등장한다. 톱스타는 공급이 극도로 제한된 희소 자원이다. 광고주들이 이 소수의 셀럽을 두고 경쟁하면 가격은 '경매'처럼 폭등한다. 이것이 베블런이 《유한계급론》(1899)에서 말한 '과시적 소비'의 기업 버전이다.
기업이 수십억 원짜리 셀럽을 쓰는 이유는 매출 효과보다 '이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신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고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은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셀럽 모델료는 회계상 '판매관리비'지만, 실질적으로는 제품 원가처럼 작동한다. 기업은 가격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품질 하향으로 이 비용을 상쇄한다.
소비자는 "비싸졌는데 체감 품질은 떨어졌다"고 느낀다. 광고가 품질을 대체하는 시장에서는 판단 기준이 흔들린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산다.
세 가지 '잠금장치'가 악순환을 고착시킨다.
첫째, 설비투자와 가동률 압박.
둘째, 플랫폼의 경매형 광고 구조.
셋째, 광고 성과 측정의 불완전성이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이것은 '죄수의 딜레마'다. 모든 기업이 동시에 광고비를 줄이면 모두가 이익이지만, 개별 기업의 합리적 선택은 '남들이 줄여도 나는 유지'다.
"문제는 광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광고가 필요 없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다."
100억 모델료가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그 가격이 다시 광고 의존을 심화시키는 순환은 결국 '신뢰의 외주화'가 낳은 구조다.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얼굴을 샀고, 기업은 품질이 아니라 화제성을 샀다.
문제는 광고비 규모가 아니다. 광고 없이는 팔리지 않는 체질이 문제다.
전환점은 명확하다. 광고가 수요를 '만드는' 구조에서, 제품이 수요를 '증명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광고를 끄면, 당신의 제품은 스스로 말할 수 있는가.
※참고문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2024).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 KOBACO.
Veblen, T. (1899).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Macmillan.
Spence, M. (1973). Job Market Signaling. QJE.
Akerlof, G. A. (1970). The Market for "Lemons". QJE.
한국기업평판연구소. (2025).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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