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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조이면 즉시 집값이 내려간다?

가격보다 거래가 먼저 멈출 때, 시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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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멈춘 광장과 멈춘 시장


빅토르 위고는 1862년 출간한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통해 한 가지 진실을 보여준다. 필요가 있어도, 의지가 있어도, 규범이 그 실행을 가로막으면 사람은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베르의 추적이 장발장을 멈추게 한 것은 그의 의지를 꺾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었을 뿐이다.


2025년의 부동산 시장이 그 장면과 닮아 있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겠다는 결정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조건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 조건을 만든 것이 바로 스트레스 DSR이다.

왜 대출을 조여도 가격은 곧바로 내려가지 않는가. 그 질문의 답은 가격이 아니라 거래에 있다.


2. 규제가 바꾼 조건의 지형


2024년 2월,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1단계는 은행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반영하는 수준이었다. 2024년 9월 2단계 시행으로 적용 대상이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됐고,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도 50%로 높아졌다. 2025년 7월 시행된 3단계에서는 전 금융권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가 100% 반영됐다. 연 소득 1억 원 차주를 기준으로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대비 대출 한도가 약 1억 2,000만 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 변화가 시장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두 가지 지표에서 읽힌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2조 6,000억 원으로, 전월의 3조 2,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줄었다. 주담대 잔액 기준 증가폭은 7,000억 원에 불과해 2024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 공급이 눈에 띄게 수축한 것이다.


동시에 매수세만 위축된 것이 아니었다. 1주택자는 금리 비용과 양도 차익에 대한 세 부담 탓에 매도를 유보했고, 무주택자는 한도 축소로 실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이중 위축이 어떤 시장 현상을 만드는지가 지금부터의 핵심 질문이다.


3. 가격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없는 것이다


"대출 규제 → 가격 하락"이라는 등식은 직관적으로 그럴듯해 보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는 논리는 교과서적으로 맞다. 그러나 이 등식에는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시장이 충분히 거래되고 있을 것, 즉 가격이 실제로 체결된 거래를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규제가 강해지면 이 전제가 먼저 무너진다. 거래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가격 결정 정보의 축적 속도가 느려진다. 매물은 줄고 거래는 드물어지는데, 간혹 체결되는 소수의 거래가 가격 수준을 대표하는 것처럼 작동한다. 가격이 버티고 있는 게 아니라, 가격을 결정할 충분한 거래 자체가 없는 상태다.

유동성이 먼저, 가격은 나중에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불안정 가설에서 신용이 수축할 때 시장 스트레스는 가격 조정에 앞서 유동성 감소로 먼저 나타난다고 정리했다. 즉 거래가 먼저 말라붙고, 가격은 그 뒤를 쫓아간다는 논리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유사한 메커니즘, 즉 신용 수축 시 유동성 위기가 가격 조정보다 선행한다는 분석을 반복적으로 제시해왔다.


지금 시장이 이 순서를 그대로 밟고 있다. 1단계는 신용 확대기, 레버리지가 늘고 가격이 오른다. 2단계는 신용 수축기, 매수 여력이 줄고 거래가 위축된다. 3단계는 매도마저 동반 위축되며 거래량이 감소하거나 정체한다. 지금은 2단계와 3단계 사이 어딘가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분석의 함정이 있다. 거래가 줄었을 때 매물이 소화됐기 때문인지, 매도를 유보하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시장 방향을 잘못 읽는다. 전자라면 수급이 균형으로 수렴하는 신호다. 후자라면 잠재 매물이 쌓이고 있는 신호다. 둘은 외형상 같아 보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가격이 경직된 것이 아니다. 가격을 만들 거래가 없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읽지 못하면, 지금의 정체를 안정으로 오해하게 된다.


4.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안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대출 한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즉 삶의 가능성을 결정하는 경계선이다. 연 소득 6,000만 원 기준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전과 비교해 대출 한도가 6,700만 원 줄었다는 수치는,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지역에서의 선택지가 한 단계 내려간다는 의미다.


그 선택지가 줄어들었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택한다. 조건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거나, 더 낮은 조건에서 타협하거나. 이 두 반응 모두 거래를 줄인다. 전자는 매수 대기 상태를 만들고, 후자는 비교적 가격이 낮은 곳으로 수요를 이동시킨다.


매도자 쪽도 마찬가지다. 기껏 내놓은 매물이 팔리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 매물을 거두는 쪽을 택한다. "지금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기대와, 나쁜 가격에 팔기 싫다는 두려움이 함께 있다.


결국 매수자와 매도자가 각자 기다리는 시장이 만들어진다. 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은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 침묵은 안정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의 집합적 보류다. 그리고 그 보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따라, 다음 단계의 시장이 결정된다.


5. 규제가 막지 못하는 것


규제가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가계부채를 줄이고, 자산시장의 과열을 냉각시키는 것이다. 그 목표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규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항상 의도한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트레스 DSR 강화 이후 은행권 주담대는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2금융권 주담대는 늘었다. 2025년 11월 기준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 3,000억 원으로 전월 1조 4,000억 원에서 확대됐다. 상호금융, 보험, 여전사 전반에서 증가폭이 커졌다. 대출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창구를 옮긴 것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규제는 시장의 총량을 바꾸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수요가 강한 곳에서는 통로를 막으면 다른 통로를 찾는다. 규제의 강도가 세질수록 그 우회 경로는 오히려 감독 밀도가 낮은 영역으로 이동한다. 금리도 더 높고, 리스크도 더 크다.


결국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명제는 전제가 필요하다. 수요가 규제로 인해 실제로 소멸할 때, 그리고 공급이 동시에 유입될 때만 성립한다. 거래량이 정체된 채 잠재 수요가 쌓이는 구조라면, 규제 완화 또는 외부 충격이 오는 순간 가격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다.

규제는 가격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뒤로 미루게 만들 뿐이다.

그 미뤄진 결정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움직일 때,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6. 거래 없이 시장은 말하지 않는다


대출 규제와 가격의 관계는 단선이 아니다. 신용이 수축하면 거래가 먼저 얼어붙고, 가격 정보의 흐름이 느려지며,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판단을 보류하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가격 경직성은 시장의 건강이 아니라 결정의 정지다.


결국 이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대출 규제는 가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행의 시점을 바꾼다. 보류된 수요가 쌓이는 동안, 규제의 효과는 시장 가격이 아니라 거래 공백으로 나타난다.


해법을 묻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넘는다. 다만 방향은 있다. 시장을 읽을 때 가격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거래량의 추세, 매물의 성격, 유동성의 방향을 함께 봐야 시장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말할 수 있다.


규제가 오래 지속될수록 보류된 결정은 쌓인다. 그 결정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시장은 비로소 말을 시작한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인가가 아니라, 그 말을 알아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참고문헌

금융위원회. (2025). 2025년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 서울: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2024).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 확정·발표. 서울: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2025). 주택 실거래 신고 자료. 세종: 국토교통부.

Minsky, H. P. (1992). The 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 Annandale-on-Hudson: Levy Economics Institute.

Hugo, V. (1862). Les Misérables. Paris: A. Lacroix, Verboeckhoven & 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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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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