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추스르고 보자. 기다릴게.

by 우리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려 애쓰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우리야. 감정 추스르고 보자. 기다릴게.”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려, 손끝까지 떨렸지만… 그 떨림을 꾹 눌러 담고, 애써 차분한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다만… 네가 헤어지자고 한 날엔 나도 너무 감정적으로 무너져서 붙잡았어.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까, 우리 관계를 생각해 보니 나도 이별이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마음 다잡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워.”

“억지로 헤어질 필요도, 억지로 만날 필요도 없는 거겠지. 우선 마음을 잘 추스르고, 그때 뭐든 답이 나올 거야. 난 기다려볼게. 그리고 고양이 보는 것도.. 또 봐도 되니 미리 이야기만 해줘.”

“응, 알겠어. 나도 다시 생각해 볼게. 그냥 지금은 내 마음 잘 다잡으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리고 고양이는 너무 보고 싶지만, 지금은 마음이 크게 흔들릴까 봐 최대한 자제하려고 해. 고마워. 잘 지내.”

“알겠어, 우리야. 부디 너의 인생에 도움 되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해. 기다릴 테니.. 나중에 연락 줘”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고, 잠시 후 그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

“우리야. 병원 다니게 되면 혹시 돈 부족하면 이야기해. 이왕 마음먹은 거, 이럴 때 쓰는 건 써야 해.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 말만 해줘.”

그 말이 나를 또 한 번 크게 흔들었다. 그는 나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함께했던 시간 동안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늘 말없이 감당했고, 단 한 번도 돈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부담스럽게 한 적이 없었다. 언젠가 그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도 병원 가야 하는 건 아는데… 비용이 좀 부담돼.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때부터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병원을 가고 싶어 하면서도, 늘 비용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그가 한 말은 단순한 돈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의 방식대로, 여전히 날 걱정하고 있다는 표현이었고 그 마음은 또다시 내 안의 무너졌던 감정을 건드렸다. 그가 아직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그런 사랑을 또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다시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감정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은 정말 고마워. 병원도 이번엔 꼭 갈 거고.. 근데 나로선 지금 너한테 이런 연락받는 게 마음이 너무 흔들리고 아파. 나도 혼자 잘 견뎌보려고, 마음 다 잡는 중이라 이런 연락은 아직 나한텐 너무 힘들어. 흔들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아 줘"

“알겠어, 우리야. 그럼 난 이제 기다릴 테니까 잘… 하고 와. 고양이랑 나는 그 자리에 있을게.”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다시 한번 연락을 해왔다.

“우리야, 진짜 마지막으로 보낼게. 나와 너의 생각 끝에 어떤 결과가 있든 존중할 테니, 온전히 본인만 생각해. 내가 괜스레 흔든 것 같아 미안해. 정말… 연락 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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