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랑해. 건강해야 해. 오래오래 살아야 해.

by 우리

우리가 함께 키우던 고양이가 있다. 그 아이는 원래 길고양이였다. 그가 집으로 들여와 가족처럼 키운 지 벌써 9년. 우리가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그 고양이도 내게는 소중한 존재였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던 날, 통화 마지막 즈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 고양이 너무 보고 싶어. 우리 헤어지면, 앞으로는 그 아이도 못 보잖아. 그럼 난 어떡해...” 잠시 마음이 약해졌던 걸까.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 와서, 보고 가. 근데,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나 볼 생각은 하지 마. 그럼 나, 집에 안 들어갈 거니까.”


나는 그다음 날, 바로 고양이를 보러 갔다. 고양이는 평소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무릎 위에 그 아이를 올려놓고, 조용히 눈을 맞추며 작별 인사를 했다. "앞으로 네가 형아 잘 지켜줘야 해. 누나는 이제 없을 거야. 미안해. 사랑해. 건강해야 해. 오래오래 살아야 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잘 다녀갔어. 오래 있는 건 민폐인 것 같아서, 30분 정도 있다가 금방 나왔어. 이렇게라도 고양이 보게 해 줘서 고마워. 답장은 안 줘도 돼.” 곧,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오래 있는 거 민폐 아니니까 고양이 보고 싶으면 미리 이야기만 해줘. 조심히 들어가.” 나는, 그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던 그날은 또다시 내 세상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굳게 마음먹었던 것도, 애써 다잡았던 정신도 그가 “헤어지자”는 단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가 그런 말을 꺼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나는 애원했고, 빌었고, 엉망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냉정했고, 나는 끝내 이별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해야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한참을 꺼이꺼이 울기만 했다.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눈물은 멈출 줄 몰랐고, 그 눈물이 마치 내 방 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온 마음을 쏟아 울다 지쳐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차분해져 있었다. 그때의 그 차분함은 감정의 스위치가 꺼진 무감각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이별을 받아들였다는 해방감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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