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앓다가 죽는다면, 그게 내 운명이라면.

by 우리

당장 모든 고통을 멈추고 싶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문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통증에 가슴을 계속 두드려봤지만, 그저 숨넘어갈 듯한 눈물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켜, 평소엔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을 사 와서 취할 때까지 마셨다. 조금씩 정신이 흐려졌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흐릿하다.


다만, 내가 그에게 계속 연락을 했다는 것. 계속해서 죽고 싶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그를 괴롭혔다는 기억만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그와 통화가 끝난 후, 지금까지 조금씩 쌓여온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 순간, 더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기서 끝내자.’ 그건 결심이라기보다, 마지막 남은 선택 같았다. 방법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주저함도 없었다. 그저 이 고통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끝은 아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죽지 못했다는 자책과 절망, 그리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그날 밤, 나는 후유증으로 밤새 끙끙 앓았다. 응급실에 갈까 고민도 했지만, ‘그래, 차라리 이렇게 앓다가 죽는다면.. 그게 내 운명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그냥 시간에 내 목숨을 맡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나자, 갑자기 허무한 웃음이 터졌다. 죽을 생각으로 모든 걸 던졌는데, 이렇게 또 살아 있다니. 이 상황이 그저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다. “죽지 못하면, 살아야지. 살아가야지. 어쩔 수 없어.” 그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그래, 어차피 죽지 못한다면 살아야 했다.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하나씩 정리해야 했다. 다시 살아야 했다. [~EP <02.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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