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독립선언문
결혼은 단지 계획에 없던 일이 아니었다.
열풍처럼 불었던 비혼이라는 흐름 속에서
사실 나에게는 꽤나 오래전부터 결혼은 안하겠다. 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였다.
삼남매의 맏이 였던 나는
항상 부모님의 희생과 포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그리고, 흔히 그렇듯
우리 집 역시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그 시절의 경상도 집안이었다.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긁어대는 아빠와
시집살이에 새우등 터지면서도 자녀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했던 엄마.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으리다 다짐했다.
20대 후반이 되어 갈 수록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를 했지만
내 대답은 늘 같았다.
혼자 살면 내 원하는대로 살 수 있는데, 내가 왜 결혼을 해?
나는 만나는 사람에게 항상 결혼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곤 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지금의 연애를 하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정말 소중한 친구의 사고였다.
슬픈이야기라 길게 남기고 싶지는 않다.
단촐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불의의 사고로 친구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며
내 삶에 무조건적인 내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감정이 씨앗이 되었고
결국 그 감정이 지금의 나를
결혼이라는 결심 앞에 서게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