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 채워진 나의 하루

버려진 하루, 채워진 것들

by zeon
하루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매일 아침 7시. 어제 쌓인 피로를, 침대 속 포근함을, 먹었던 음식을, 반복해서 비운다. 물줄기는 세면기로 흘려보내고, 남은 빵조각과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구겨 넣는다. 나의 아침은 언제나 이렇듯, 무언가를 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출근길 지하철을 나서는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플라스틱잔이 들려 있다. 테이크아웃 컵 위의 뚜껑, 빨대, 그리고 슬리브까지. 잠깐의 각성을 위해 쓰였던 그것들은 사무실 쓰레기통에서 생을 마친다. 사람들은 편의를 얻고, 도시는 또 하나의 쓰레기를 얻는다.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다. 도시의 쓰레기통은 언제부터 내 삶의 조각이 되었을까. 더 정확히는 버리는 행위가 언제부터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되었을까. 아침엔 세면대, 점심엔 일회용 용기, 저녁엔 남은 음식물. 하루는 소비와 폐기의 연속이고, 나는 그 순환 속에서 일상을 유지했다.


무언가를 얻으려는 욕망은 동시에 무언가를 버리는 망각으로 이어졌다. 새 옷을 사며 옛 옷을 정리했고, 최신 스마트폰을 들이며 이전 기기를 서랍 속에 방치했다. 버리기 위해 채우지는 않았지만, 채우다 보니 버리게 되는, 이 얼마나 기묘한 역설인가. 결국 버려진 것들은 연기가 되거나 땅속에 묻혔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자리로 옮겨졌을 뿐이다.


도시는 이런 착시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쓰레기통 뚜껑이 닫히는 순간, 사람들은 ‘없어졌다’고 믿었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법칙이 나의 일상에도 작동했다. 그러나 도시 속 어딘가에는 내가 버렸다고 믿는 모든 것들이 여전히 쌓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거대한 탑을 세우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버린 쓰레기가 가장 정직한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성급하게 포기했는지, 얼마나 쉽게 단절했는지, 얼마나 무심하게 편리함을 좇았는지가 그 속에 담겨 있었다. 나의 효율성은 언제나 누군가의 수고와, 어딘가의 폐기 위에 서 있었다.


아침의 커피 한 모금, 더 깊은 상념에 젖었다. 이 글 역시 다 쓰고 나면 어딘가에 저장되었다가, 언젠가는 잊히고 버려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쓰레기는 냄새도 색도 없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채우고 버리는 존재이고, 도시는 그 무대를 끝없이 열어준다.


쓰고 버리고, 먹고 버리고, 입고 버리는 이 반복 속에서 나는 삶의 본질을 본다. 하루를 비우는 행위는 또 다른 하루를 채우는 준비였고, 버림 속에서야 존재는 또렷해진다.


버리는 것을 통해 살아가고, 부재를 통해 존재를 확인한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또 다른 흔적을 지워나가는 것. 결국 버린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숙명처럼 살아가며,


사라진 것들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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