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이 같아도 아이의 표정은 늘 새롭다.
아이와 함께한 하루를 떠올리면 대단한 일정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매일이 충분하다.
20년 동안 매일 아침 오늘의 할 일을 지우며 살아왔다. 해야 할 일, 해낸 일, 놓친 일 사이에서 하루는 늘 계획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곳 브리즈번에서의 하루는 대단한 계획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은 뭘 할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대신 아이의 한마디에 내 하루를 기꺼이 내어준다.
“엄마, 오늘 수영하러 가자.“
그러면 우리는 수영복을 입고, 비치타월을 챙기고, 간식을 가방에 넣고, 선크림을 대충 바른 채 집을 나선다. 그리고 그게 하루의 전부가 된다.
물놀이. 놀이터. 그리고 또다시 물놀이.
해변에서 어제 본 모래와 오늘 만난 모래가 다를 리 없건만, 아이의 표정은 매 순간 처음인 듯 새롭다.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아이의 세상에선, 노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배움이라는 걸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깨닫는다.
사우스뱅크의 인공해변부터 동네마다 숨겨진 놀이터들. 시설이 잘 되어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아이들이 마음껏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브리즈번은 아이에게 참으로 다정한 도시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해변과 놀이터를 찾아 우리는 버스를 타고, 트램을 타고, 때로는 페리를 탄다.
그리고 그저 놀면 된다.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물놀이를 하고, 놀이터에 들르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 오늘도 진짜 재밌었어.”
잠들기 전 아이의 이 한마디면 충분히 행복하다.
특별한 사진도 없고, 대단한 추억처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하루가 아이와 온전히 맞닿아 있었으니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 보낸 것 같다.
내일도 우리는 똑같은 물놀이와 놀이터를 반복하겠지만, 그 반복 속에 숨겨진 아이의 새로운 웃음을 찾으러 기꺼이 또 길을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