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먼저 적응한 나라
브리즈번에서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한 곳은 의외로 놀이터도, 바다도 아닌 박물관과 그 안에 있는 ‘Spark Lab’이었다. 체험형 과학 공간인 그곳은 한 번 가고 끝낼 장소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연간 이용권을 끊었다. 한 달 살기에 연간 이용권이라니. 조금은 유난스러운 선택 같았지만, 언제든 부담 없이 들러 아이가 마음껏 머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은 든든해졌다.
아이는 매번 그곳에 들어설 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신이 났고, 실험대 앞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배우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좋아서 반복해서 찾는 장소였다. 배우지 않아도, 충분히 배우고 있는 얼굴이었다. 집중하는 모습도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기특하고 대견했다.
한 달 동안 아이는 참 정직하게 자랐다. 하루하루 정말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다. 한 달 만에 체중은 3킬로그램이 늘었고, 키는 1.5센티미터가 자랐다. 숫자보다 더 크게 느껴진 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훌쩍 자랐다는 사실이었다.
웃음이 많아졌고, 말이 길어졌다. 하루를 정리하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점점 풍성해졌다. 그동안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 들은 적’은 많지 않았다는 걸 어느새 알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왜 그토록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지, 그 안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듣게 됐다.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같았다.
아이와 함께한 한 달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를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영어도, 해외 경험도 아닌, 훌쩍 큰 아이와 내가 서로의 세계를 깊게 이해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한 달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가끔, 아이가 해맑게 던진 농담과 눈을 맞추며 함께 웃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엄마, 타조똥을 거꾸로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