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정교하게 설계된 다정함이었다
갈등이라는 버그가 입력되는 순간
서늘한 침묵으로 스스로를 종료했다
뜨거워야 할 심장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게 아니라
불리할 때만 전원을 내리는
열어젖힌 네 가슴은 모델하우스였다
조명 아래 배치된 웃음과 단정한 말투 누구도 살지 않아 먼지조차 앉지 않은 가구들
나는 네 품에서 잠들고 싶었는데 너는 나를 분양
손님쯤으로 여기며 치밀하게 계산된 거리만 유지했다
그 집의 창문은 모두 거울이었다
너는 매일 그 안에서 자신의 얼굴만 들여다보며 살았고
물 위에 몸을 굽힌 사람처럼 가장 사랑한 풍경은 끝내 자기 자신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너라는 공간에서
나는 입주 불가능한 서약서를 손에 쥐고 쇼윈도 밖으로 조용히 나왔다
너라는 집에는 끝내 집주인이 없었다
반사된 얼굴만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