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로 단골
어머니는 매일 일하러 가시면서 집에 천 원짜리 한 장을 두고 가셨습니다. 학교 마치고 심심하면 이걸로 뭐든 해라는 의미였죠. 그래서 저는 매일 천 원씩 가지고 다녔습니다. 당시 토요일을 쉬지 않았기 때문에, 제 한 달 용돈은 한 3만 원쯤 되었던 듯합니다.
당시 치 X스 과자 하나 가격은 300원. 학교 앞 문구점에서 100원이면 오징어 다리를 하나 먹을 수 있었고, 작은 초콜릿을 하나 먹을 수 있었습니다. 조립하는 장난감 로봇도 300원, 500원, 1000원. 말 그대로 1000원만 있으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주로 먹는 것에 돈을 썼는데, 집 근처에 도서 대여점이 하나 생기면서 주 소비처가 달라졌습니다. 당시 도서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대여하는데 드는 비용은 200원! 천 원이면 5권의 책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2권에 300원이 되면서 하루 6권을 빌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만화책을 빌려봤습니다.
마음에 든 만화책은 여러 번이고 빌려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빌릴 때면 주인아저씨께서 기억하시고는 "또" 같은 걸 빌리냐며 웃으시곤 하셨었죠.
중학생이 되면서 책방에서 멀어지기 전까지, 정말 매일매일 책방을 들락날락거리며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책을 더 빌리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하루에 10권을 빌리기도 했었습니다. 주말이면 어머니는 TV를 보시고, 저는 만화책을 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샀던 책이 짱구 1권이었고(나중에 알았지만, 짱구 1권은 성인만화였더라고요...? 문방구에서 샀는데...?), 2~30권짜리 중고 만화책을 사서 창고에 쌓아두거나, 어머니께서 선물해 주신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만화책일 정도로 만화책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 덕인지 당시 제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심심하면 그림을 그렸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지냈었습니다. 친구가 대충 그린 그림이 제가 최선을 다한 그림보다 뛰어나단 걸 목격하기 전까진 말이죠...
중학교 졸업하기 전, 집에 컴퓨터가 생겼습니다. 컴퓨터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만화책은 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웹툰이 생기면서 더더욱 멀어집니다. 이제는 그렇게나 좋아하던 만화책이 멀어졌습니다. 다가가기 어려워졌네요.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보던 재미. 한정된 시간, 한정된 양, 한정된 내용만 볼 수 있어서 빈 것들을 생각과 상상으로 채우던 재미가 살짝 그립기도 하네요.
- 다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 덕에 오늘 글 써야 되는 날인걸 잊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적어서 그 사이에 글 주제가 2번 정도 바뀐 건 비밀.
저는 마음에 든 만화책은 여러 번 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저와 비슷하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같은 걸 보는 걸 싫어하거든요.
매일 밤, 잠들기 전 독서 타임.
"오늘 책 뭐 읽을까?"
"히히히히.... 잠시만~~!"
"...... 안돼............"
.... 4살 때 사준 책을 3년이 넘게 다시 보고 있거든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안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