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강아지의 다른 모습에 대한 글을 적었습니다. 이번엔 강아지가 아닌, 조금 더 크고 무서운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8살 꼬마보다 작지만, 그 힘은 비교도 안되게 강한 개에 대해서 말이죠.
국민학교 1학년 후반쯤, 진해에서 김해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사한 곳은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한 주택이었는데, 작은 마당과 푸세식 화장실 2개, 그리고 옥상과 우물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저희는 주인집 바로 옆에 있는 집에서 살았었습니다.
주인집에는 저보다 어린 남자아이인 "민호"란 동생이 있었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주말마다 할머니를 보러 놀러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인집에는 할머니도 사셨거든요. 민호가 놀러 오면, 가끔씩 저와 함께 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꽤 험한 일들을 많이 당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이야기 같은 험한 일을 말이죠.
민호가 놀러 와 밖에서 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집에서 놀다, 심심해서 밖으로 나가던 길에 사건이 일어납니다. 대문을 나서는데, 먼 곳에서 "으아아아아악!!!!"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민호가 뒤를 돌아보며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곧,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뛰어오는 게 같이 보입니다.
잠시 멈추고, 대치 상태가 됩니다. 민호는 돌아서서 개를 쳐다보며 무서워하고, 개는 멈춰서 으르렁 거리며 노려보고 있습니다. 민호는 저와 달리 개를 싫어했습니다. 아니, 그 상황에선 누구나 개를 무서워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목걸이는 있지만, 목줄이 없는 큰 개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서 으르렁 거리면 말이죠.
민호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다, 이내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뛰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거든요. 으르렁 거리는 개가 있는데, 등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개는 물려고 뛰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 개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또 빨랐습니다.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민호보다 개가 빨랐고, 개는 민호를 물어버립니다. 오른쪽 팔을 콱! 하고. 민호는 무서움에, 고통에, 두려움에 울부짖습니다. 그 소란에 주인집에 계시던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오시고,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분도 멀리서 뛰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당시 제 눈은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물렸던 민호의 팔이 이상해 보였거든요. 하얀색이 먼저 보였고, 그다음에 피가 나오는 게 보였습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민호는 크게 다친 상태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 뒤 구급차가 민호를 태우고 갔습니다. 민호는 당분간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민호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른들로부터 개에 대한 주의를 포함한 여러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민호를 물었던 그 개는 이제 세상에 없다는 이야기, 개와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이야기, 개가 화를 낼 때 등을 보이고 뛰면 안 된다는 이야기 등등. 이 사건 덕분에 그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무섭다며 강아지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쳤던 날,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줬었습니다. 많이 순화해서 물어서 병원에 갔다- 정도로만 이야기해 줬죠. 그런데 아이는 더 자세한 뒷 이야기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병원에 갔고, 다 나아서 왔지."
"그리고 개는?"
"개는....... 멀리 보냈데."
"어디로?"
"아주 멀리멀리.... 아빠도 들은 이야기라 모르겠어!!"
결국 얼버무리며 도망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