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반의 시
등진 것은 지구를 한바퀴나 돌아야 다시 마주할 수 있다고
어느 술자리에서 누구가 후진 술주정을 할 때에
등진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동전 앞뒷면 처럼 붙어있는 거라고
다시 마주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다고
나는 더 후진 술주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골목길로 쫓기듯 나와 탈칵 탈칵 라이터는 불이 붙지 않고
우리 이야기는 삼백원 짜리 라이터 처럼 생명줄이 짧아서
잠깐 타올랐다 말았나 싶다가도
인정해버리면 영원히 너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연병할 라이터 발 밑에 뭉게 짓이긴다
나는 너에게 늘 이민자처럼 살고 있다고
언젠가 내 나라로 꼭 돌아가야 될 것 같아 얘기하면
너는 이민자들은 쉽게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했지만
내가 잘 못 안 것은 이민자로 네게서 산게 아니라
이방인으로 네게서 산것이라는 사실이라
나는 네가 있든 없든 어차피 너의 세계와는 무관한 사람
술자리로 돌아가 후진 술주정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친놈처럼 소주를 벌떡벌떡 마시며
광대놀음이나 해야지 철지난 유행가나 불러야지
마치 우리 만남이 그랬던 것 처럼 하다가
아 우리는 히트도 못친 이름모를 가요같은 만남이었지
흐느낌에 가까운 노래를 불러제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