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반의 시
쓰려던 말들을 지웠다
백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를 스치는 것들을 잡으려다 놓친다
내 기억은 여전히 칼날에 있다
손이 베이는 줄 모르고 열심히 벼렸다
손바닥에 얼굴을 묻어본다
굳은 살이 사라지고 말끔하다
이제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지난 내가 서있다 그랬는데
아주 오래된 목각 하나만 서있다
이제야 꼭두를 마주 볼 여분이 생겼다
백지 위로 모래처럼 말들이 솟아난다
나는 가끔 이유 없이 아리다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