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했어?”
“휴대폰 좀 그만 봐.”
“밥 다 먹고 좀 도와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건 잔소리가 아니라,
그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했다.
“엄마, 제발 그만 말해.”
그 말 한마디에
온몸의 힘이 빠졌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나는 단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말이 왜 이렇게 차갑게 들릴까.
아들은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수도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그만 말해’라는 문장이
물방울처럼 마음에 떨어졌다.
툭, 툭, 멈추지 않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말한 것들은
사실 아들을 위한 말이 아니라
나의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려는 말이었다는 걸.
혹시 내가 말을 줄이면
아이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질까 봐,
그게 두려워서 계속 말을 이어왔던 것 같다.
밤이 깊었다.
아들의 방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잘 자’ 한마디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 말조차 부담이 될까 봐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등을 돌려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래, 오늘은 그냥 기다리자.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아.
이 시간도 언젠가 우리 둘 다 이해하게 될 거야.’
다음 날 아침,
아들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반찬을 놓았다.
그릇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말이 줄어든 자리에
묘하게 따뜻한 공기가 흘렀다.
아이는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변해야 했다.
사랑은 때로 말로 채우는 게 아니라,
침묵으로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