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평범한 오후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씻고 밥 먹자”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답 대신, “엄마, 나 좀 냅둬.”
그리고 탁— 문이 닫혔다.
순간 집 안이 조용해졌다.
TV 소리도, 냉장고의 진동음도 묘하게 멀게 들렸다.
나는 그저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고 있던 행주가 축 처졌다.
“별일 아니야.” 스스로를 달래며 중얼거렸지만,
그날따라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이제 내 세상에 들어오지 마’라는
아들의 선언처럼 들렸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문 앞에서 서성였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놓기를 몇 번.
괜히 노크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두려웠던 건, 아들의 대답이 아니라
그 대답 뒤에 남을 ‘거리’였다.
그날 밤,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내 방 문틈으로 새어드는 빛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그동안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걸까,
혹은 아이가 너무 빨리 멀어졌던 걸까.
그 사이의 간격이
처음으로 ‘나’를 외롭게 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는 “잘 잤어?” 하고 물었지만
그 아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 한마디 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말을 들었다.
‘이제 나를 내버려둬도 괜찮아.’
‘나는 스스로 해볼 수 있어.’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꽤 많은 밤을 통과해야 했다.
사춘기는 아이의 문이 닫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날 닫힌 문은,
나에게도 하나의 성장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