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앞에서 멈춘 발걸음

by 미라니

아들의 방 앞에 서서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문손잡이에 손을 얹지도,

노크를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숨만 고르고 있었다.


닫힌 문 하나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예전의 나는 이 문 앞에서 망설이지 않았다.

문이 닫혀 있으면 열었고,

아이의 얼굴이 보이면 말을 꺼냈다.

그게 엄마의 자리라고 믿었다.


방 안에 쌓인 물건들,

정리되지 않은 책상과 바닥,

켜진 채로 남겨진 화면들.

그 모든 것은

내가 들어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지금 뭐 해?”

“이건 왜 이렇게 해놨어?”

“방 좀 치워야지.”


아들을 걱정하는 말들이었지만

그 말들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지는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날부터

아들은 방문을 닫고 지내기 시작했다.

말수가 줄었고,

대답은 짧아졌다.

같은 집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모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문 앞에 서면

가끔 마음이 쿡 하고 아팠다.

내가 밀려난 것 같아서,

엄마의 자리가 줄어든 것 같아서.


하지만 그날,

문 앞에서 멈춰 선 나는

처음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문 너머에는

혼자 감당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들은 더 이상

내가 모든 것을 들여다봐야 안심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나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된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문을 열지 않았다.

문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조용히 돌아섰다.

그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무거웠다.


서운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쓸쓸하지 않았다면 더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날의 쓸쓸함에는

조금 다른 온도가 섞여 있었다.


아, 내가 이 아이를

조금은 믿어도 되는 시기가 왔구나.


아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안아야만 사랑이던 거리는 지나가고,

기다림으로 남는 거리가 생기고 있었다.


언젠가 그 문이 다시 열릴 때,

아들이 먼저 말을 걸어올 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되

함부로 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들의 방 앞에서 멈춘 발걸음은

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엄마에서 한 사람으로

조심스럽게 옮긴 한 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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