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아들과 하루 동안 나눈 말의 수를 세어보게 된 순간이 있었다.
아침에 “학교 다녀와.”
저녁에 “밥 먹어.”
그리고 밤에 “불 끄고 자.”
그게 그날의 전부였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도
서로의 하루는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마치 다른 집에 사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시간표를 따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들은 집에 들어오면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말을 쏟아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 나눈 이야기,
선생님이 한 말까지
모든 것이 지금 당장 나에게 전달되어야 할 뉴스였다.
그 시절의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하루가
언제나 나를 통해 정리되고,
나를 통해 끝나는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방으로 바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은 조용히 닫혔고,
그 안에서 어떤 하루가 흘러갔는지는
더 이상 쉽게 알 수 없게 되었다.
거실에 앉아 있다가
아들의 방문을 바라볼 때가 있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문을 보며
괜히 한 번쯤
문 앞을 서성인다.
노크를 해야 할지,
그냥 지나쳐야 할지.
별것 아닌 고민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건
아들만이 아니다.
나 역시
아들이 없는 시간에
혼자가 되었다.
같이 앉아 있던 식탁이
어느새 조용해졌고,
함께 보던 프로그램은
이제 나 혼자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함께였던 시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생각보다 큰 여백이 남아 있었다.
그 여백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건 멀어짐일까,
아니면 성장일까.
아들은 분명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해진 나이였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정리하고,
혼자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시기.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자꾸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함께 웃고,
함께 떠들던 시절로.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들을 위하는 일은 아니라는 걸.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아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키우고 있고,
나는 그 세계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아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붙어 있어야만 안심이던 거리에서,
떨어져 있어도 괜찮은 거리로.
아직은 서툴고,
아직은 마음이 자주 흔들리지만
이 거리 역시
지금 우리가 지나야 할
하나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자리에
나는 조심스럽게
기다림을 놓아본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