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마음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대부분 아주 사소하게 찾아온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무심코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학교는 어땠어?”
아들은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그냥.”
하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 한마디가 서운했을 것이다.
왜 말을 안 해주느냐고,
왜 엄마한테는 아무 얘기도 안 하느냐고
마음속으로 따져 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그 한마디 뒤에
아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피곤해 보였고,
어딘가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말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꺼낼 힘이 없는 건 아닐까.
나는 그동안
아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듣기 편한 이야기만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괜찮다는 말,
별일 없다는 대답,
엄마가 안심할 수 있는 표정들.
그 안에
아들의 진짜 마음이 들어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아들은
힘들 때 더 조용해지는 아이였다.
말을 많이 해서 풀기보다는
혼자 정리하고,
혼자 견디는 쪽을 택했다.
그런 아들의 방식을
나는 이해하기보다
고치려고만 했던 것 같다.
왜 말을 안 하냐고 묻고,
왜 속으로만 삼키냐고 다그치고.
그러다 보니
아들의 마음은
점점 더 안쪽으로 접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들의 가방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왔다.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이었는데
한 귀퉁이에
아들의 글씨로 적힌 낙서가 있었다.
아주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조금 지친 마음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 아이는 늘
자기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다만
내가 그 신호를
너무 늦게 알아챘을 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묻는 엄마가 되기보다
보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말을 기다리기보다
표정을 살피고,
침묵의 길이를 존중하려고 애쓴다.
아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놓치지는 않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약속해 본다.
아들의 마음은
크게 외치지 않는다.
다만 작은 신호로,
아주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걸 알아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