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앞에 앉은 직원은 거래처와 뭔가 꼬인 모양이다.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이렇게 보내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는데
제 말을 이해 못하시네요."
한참을 통화하던 그는
전화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흘렸다.
"내가 말한 대로 안 하고
자기 듣고 싶은 대로만 듣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말은 꼭 듣는 사람이 이해해야 하는 걸까?"
아마도 나 역시
그 직원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순간들이
몇번 있었기 때문에 든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듣는 사람의 문제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건네는 일이다.
듣는 사람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같은 말도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이
상대의 자리에 서서
다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내 말이 건너갈 다리를
아직 놓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화를 내는 대신,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말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내가 상대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짜증내지 않고
이렇게 되뇌고 싶다.
"지금 부족한 건 내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기억할 때,
내 말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내 마음도 한결 유연해질 것이다.
* 사진출처(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