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태도에 당황한 하루,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차가 고장났다.
10년이 훌쩍 넘은 차라 한번 고장 나면
수리비가 만만치 않다.
근처 카센타에 차를 맡기고 급히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탑승하자마자 택시 기사님이
다소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땅 가지고 계세요?”
갑작스럽고 낯선 질문.
당황했지만 그냥 웃으며 넘겼다.
그는 이내 지역 개발과 땅값 얘기를 혼자서 쉴 새 없이 이어갔다.
내키지 않았지만
택시 안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목적지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하지만 한참을 가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비를 확인해 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다 그 길은 심하게 막히기까지 했다.
갑자기 머리도 가슴도 뜨거워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서움도 생겼다.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바램뿐이었다.
'이 택시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
다행히 지하철역이 보였고 그곳에서 무시히 내릴 수 있었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친구를 만나자마자
그 택시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불쾌했던 감정을 쏟아냈지만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그를 향한 미움과 불편한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그 기사님은 왜 그런 태도로 나에게 말하고 행동했을까?’
‘혹시 무심코 보인 내 반응이나 태도가
그 분에게
'이 사람은 이래도 되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게 한 건 아닐까?’
나는 평소 누군가를 대할 때
상대가 무안하지 않도록 최대한 열린 태도를 보이려고 한다.
그게 나름의 배려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오늘은 그 배려가
상대에게는 어정쩡하고 분명하지 않은 태도로
비춰졌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모든 손님에게 그런 방식으로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의 내 태도와 반응이
그 선을 조금 넘게 만들게 한 건 아니었을까.
그때 이런 말이 떠올랐다.
‘상대의 태도는 결국
내가 허용한 만큼만 들어온다’
처음엔 모든 잘못을 그 기사님 잘못으로 돌렸다.
그래서 더 억울했고 더 화가 났고 더 미웠다.
하지만 그 상황을 오롯이 기사님만의 잘못이 아닌
내 책임도 일부 있다고 인정하자
마음이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정하니
허비한 시간도 낭비한 택시비도 아깝지 않았다.
기사님을 향한 미움도 사라졌다.
오히려 그 시간이
나를 돌아보게 해준 귀한 경험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남 탓’이라는 감정 안에 머문다.
하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사건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며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