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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방식이 우리를 만든다.

by 장유연

말은 같았지만,

마음에 닿는 결은 모두 달랐다.

그날 친구들과 나눈 짧은 대화가

유난히 오래 남은 이유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왜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였을까.

그 작은 의문은 시간이 지나

내가 사람의 말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강의를 듣던 중,

문득 학창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의견을 나누던 시간이었다.

누구의 말이 더 옳다 따지지 않고,

각자의 결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자리였다.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말하고

자리를 비우자,

다른 친구는 그 말을 자기 방식대로

덧붙여 해석해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같은 시간 같은 말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때 처음으로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떤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상대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바르게 듣는 자세다.

사람의 말은 애써 흡수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내게 필요한 말은 자연스럽게 남고,

필요 없는 말은 들어주고 흘려보내면 된다.”


그 말을 듣자

그 시절의 장면이 다시 또렷해졌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말 그대로 “그렇구나” 하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친구는 자기 생각의 생각을 끼워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나는 너무 단순한 사람인가,

너무 그대로 듣는 건 아닐까

잠시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이 말을 듣는 방식은

각자의 근기와 경험,

내면의 질량에 따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방식이 더 깊거나 옳은 것이 아니라

각자가 살아온 방식대로

자기만의 귀를 갖고 있을 뿐이었다.


돌아보면

눈앞에 보이고 들리는 많은 것들은

언제나 나에게 필요한 배움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내 기준에 상대를 끼워 맞추며

스스로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듣는 방식이 달라지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아주 조용한 순간에 슬며시 찾아온다.


*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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