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몇 되지 않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나는 매일 조용히,
그러나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날도 평범한 아침이었다.
회의실에서 들려온 한마디가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겼다.
우리 회사는 해외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바쁠 때면 생산과 포장이 동시에 돌아간다.
아침 회의 시간,
생산 담당 직원이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밀했다.
“현장에 손이 부족해서요...
사무실에 급한 일 없으시면
소포장지 자르는 일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사무실 일도 한가했던 터라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돕기로 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포장지 절단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다.
얇은 토이론 소재의 포장지는 쉽게 찢어졌고
표면에는 희미한 결이 있었다.
그 결을 따라 가위로 6등분을 길게 잘라야 해서
결이 흐릿해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가위를 들고 한참을 자르다 보니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결이 또렷하게 보이는 순간에는
손도 자연스럽게 그 선을 따라갔다.
하지만 결이 희미하거나,
‘어디를 따라가야 하지?’ 하는 순간에는
가위가 금세 방향을 벗어나고
손도 자신을 잃고 머뭇거렸다.
그때 스쳐간 생각.
가위가 선을 잃듯,
나도 내 삶에서 그럴 때가 많았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있을 때는
조금 어렵고 복잡해도 길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흐릿해지면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결국 길에서 벗어나게 된다.
포장지 위의 희미한 결도,
인생의 방향도 결국
‘내가 얼마나 명확하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달려있었다.
작은 업무 하나에서
얻은 깨달음이 조금은 놀랍고 감사했다.
일상의 작은 순간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안에 나를 위한 단단한 선물이 숨어 있었다.
"오늘, 당신의 결은
어떻게 보이고 있나요?"
* 사진출처(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