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낸 숫자나 짧은 메시지를 수신해서 알려주는 기기
1996년.
고등학교 1학년 여고시절,
교복치마 포켓에 손을 집어넣고 항상
그 가장자리에
걸어두고 살았던 기계.
왜, 어떻게 가지게 된 지는 기억 안 나는
하루에 한 번 울릴까 말 까 했던 그 작은 기계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집에서 만지작만지작
쉬는 시간, 학교 1대의 공중전화,
체육복바지를 교복 치마 안에 입은
머리검은 중단발의 여학생들이 조마조마한 맘으로
그 짧은 시간 동안 한 열, 줄 서게 한
그 기계.
진동이 울리면 터질 것 같았던 소녀마음
혹시나 나에게 관심 있는 나를 몰래 좋아하는
어떤 그가 있을까 설레바리 치게 만든
그 기계
여름방학
롯데리아에서 소개받은 친구의 초등학교 동창
인생처음으로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려주었던 기계,
유선 전화기를 들면 전화기 너머로 떨리던 그 목소리
가족들이 다 자는 밤
두근대는 맘으로 눌러대던 그 번호.
새벽감성 FM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기다리던 그 진동.
“내일 돈가스 먹고, 남포동에 영화 보러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