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히카루 난 엉망이야
히카루, 오랜만이야.
며칠 전, 나오코를 만났어. 여전하더라. 말이 칼끝처럼 맑고, 매스꺼울 정도로 아팠어.
너와는 정반대였지. 너는 말을 고르고, 그녀는 말이 먼저 도착해.
그동안 편지가 뜸했던 건 변명도 이유도 아니야.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편지를 좋아하던 나였는데, 그마저도 손이 떨어지지 않았어.
밤마다 책상 위에 봉투만 놓여 있었지. 빈 접시처럼.
나오코는 알다시피 그런 사람이야.
“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야. 반짝이던 너만 생각해.”
그 말이 내 속을 긁고 지나갔어. 솔직히 말하면
토할 것 같았어.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
집에 돌아오니 몸이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졌어.
가만히 누워 생각했어.
어쩌면 나는, 나오코에게 화가 난 거였을까.
나는 그저 내 상황을 알아달라고, 조금만 안아달라고 한 것뿐인데
“복에 겨웠다”는 문장이 방 안에 오래 남더라.
그때의 공기는 젖은 수건처럼 무거웠어.
히카루, 이건 무슨 감정일까.
잘한 건 별로 없다는 걸 안다고, 그렇다고 속상하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도 나는 자꾸 스스로를 나무라게 돼.
나의 최악을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감이 없어.
아니, 어쩌면 나는 내 최악을 몰랐고, 그걸 들고 사람들 곁을 돌아다녔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미안해. 누구에게 라고 할 것도 없이.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또 숨으면 화낼 거야” 하고 나오코의 목소리가 따라와.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
감사할 줄 모르는 내 모습, 나만 중요한 사람 그런 단어들이
오늘 하루 내 뒤를 따라다녔어. 스스로가 더더욱
미워졌어.
있잖아, 히카루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반짝이지 않는 나도, 네가 아는 ‘나’ 속에 포함될까.
가능하다면, 너의 한 문장만 들려줘.
오늘 밤은 그 한 문장을 베개 곁에 두고 자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