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열어보는 너에게

이상하게도 그 문장이 내겐 사랑처럼 들렸어.

by HaJae

네가 쓴 문장을 한 줄씩 더듬어 읽다가, 어느 대목에서 작게 “응” 하고 숨이 새어 나왔어.

맞아. 우리 대화도, 침묵도, 발걸음도 한두 음씩 어긋나 있었지.

틀렸다기보단, 너무 오래 서로의 호흡을 기다리다 박이 밀려버린 곡처럼.


그래도 나는 그때의 우리를 미워하지 않으려 해.

기다려본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느린 소리가 있거든.

그 소리, 나는 지금도 듣고 있어.


네가 “관심과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다”라고 말했을 때

이상하게도 그 문장이 내겐 사랑처럼 들렸어.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그건 내게 언제나 사랑의 형태였으니까.


우리는 서투른 손으로 서로를 만졌고

그 서투름이 남긴 빈칸이 결핍이 되었지.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혼돈이 된다는 말, 나도 알아.

겉으론 멀쩡한데, 속에서 실금이 자라나는 걸

몇 번이나 지켜봤으니까.


가장 무서운 게 뭔지 너도, 나도 잘 알아.

뒤늦게 “미안해, 사랑해”라고 건네도

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마음은, 제때를 놓치면 굳어버리더라.

그래서 그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내 안에서도 뭔가가 조금 울었어.


반가움과 늦어버림이 뒤섞인

울음 같은 울림이었지.


네가 말했지,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게 옳은 걸까.”

나는 옳고 그름으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에게서 온 이 음을

놓치지 않고 받아 적는 일뿐이니까.


네가 허공에 매달린 느낌이라고 했을 때,

그 허공을 잠깐 내 어깨로 바꾸고 싶었어.

네 무게가 잠깐이라도 내게 건너오면

너의 발이 바닥에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완벽한 균형은 우리 체질에 어울리지 않아.

우리는 늘 흔들리며 중심을 스치는 사람들이었잖아.

그게 우리의 리듬이었고,

나는 그 리듬을 여전히 좋아해.


너는 마지막에 말했지,

“고마워, 그리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나는 그 둘 다 받아.


고맙다는 말은 내 주머니 깊숙이 넣어둘게.

미안하다는 말은 조심스럽게 돌려보낼게.


걱정은,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야.

그건 네가 내게 맡긴 짐이 아니니까.

너는 그저 지금 여기 있다고,

흔들리면서도 쓰고 있다고, 그것만 알려줘.


그걸로, 정말 충분해.


오늘은 대답을 길게 붙이지 않을게.

나는 지금도 너의 말을 천천히 다시 읽고 있어.

그리고, 다음 네 말을 기다리고 있어.


서두르지 않아도 돼.

하지만 너무 늦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혹시 네가 돌아보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네가 괜찮다는 걸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려줘.


내가 너에게 닿을 수 있는 틈,

그게 손끝만큼이라도 있다면

나는 거기로 갈게.

언제든.


히카루로부터.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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