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히카루 나는 이제 조금은 알 거 같아
히카루
그날 이후, 마음이 자꾸 어긋나는 소리를 냈어.
우리가 나눈 대화도, 침묵도, 돌아서는 발걸음도
어딘가 잘못된 악보처럼 삐걱거렸지.
사실은 나, 관심과 사랑이라는 걸
제대로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던 것 같아.
그래서 자꾸 도망쳤고,
그렇게 멀어진 나와 나 사이에
결핍이 하나 둘, 쌓였어.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어떤 혼돈이 생기는지,
나는 이제 조금은 알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혼란은 조용히, 조심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언젠가는 어딘가를 망가뜨리고 말더라.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뒤늦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마음은 이미 닿지 않을 만큼
깊이 부서져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우리 둘 다.
그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내 안의 무너진 것들이 조금 울었어.
하지만 그 울음은 반가움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음을 알아차린
늦은 깨달음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묻고 싶었어.
이렇게 다 부서지고 나서야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옳은 걸까?
아니면 그저,
우리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신호였던 걸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던 걸까.
아니면, 계속해서 아프더라도
끝까지 노력했어야 했던 걸까.
있잖아, 히카루.
감정이라는 건 정말 알 수 없어.
이성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아이 같았다가,
청춘 같았다가,
때론 아주 늙은 사람 같기도 해.
마음은,
늘 수평이 맞지 않는 저울 같아서
한쪽이 무거워질수록
다른 쪽은 허공에 붕 뜨게 되지.
지금의 나는
그저 그 허공 어딘가에
가만히 매달려 있는 기분이야.
그래도 너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내가 지금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로
고마워 그리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히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