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푸른 여름은 너무 밝아서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게 한다.
그 여름날 우리의 순간은 평범해 보이지만
금방 추억으로 변해버린다.
너무 뚜렷해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잊고 살던 그림자를 발견했을 때
선명하게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 습기와 매미소리
그리고 기괴할 정도로 파란 하늘과
물감 같은 구름 한 점 등등
아마 이젠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과
그때 같이 지낸 나날들에서 우린 서로 혼자가 되어
겨울이 된 지금에서
다시 돌아올 여름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아직도 그때 여름이 보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나는 영원을 믿고 싶어진다.
반복해도 좋으니 그 여름으로
영원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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