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비가 오면 기분이 우울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이 우울함이 지금처럼 뚜렷하지 않았다. 학생 때는 학교에 가야 했고 직장인일 때는 출근해야 했다. 학교와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정해진 일과를 보냈기 때문이다. 바쁘게 할 일을 하다 보면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나를 붙잡아주는 일상이 사라지자 비 오는 날의 우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방 안에서 혼자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이 우울함은 나의 소속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