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새벽의 끝에서
잠을 자야 한다.
그 단순한 일을
나는 매일 밤 나를 설득한다.
새벽이면 생각들이 흘러내린다.
이마에서 목으로,
심장에서 발끝까지
간지럽게 나를 흔들며
잠을 밀어낸다.
눈을 감아도
내 몸 안 어딘가에서
쉴 새 없이 웅성거림이 피어난다.
이식 수술 이후
나는 십 년 넘게
수면제를 삼켜왔다.
어떤 날은 한 알을
어떤 날은 반쪽,
기분이 괜찮은 날은
조금만 잘라 삼킨다.
사람들은 말한다.
불면증 환자는
약을 쪼개 먹을 수 없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약은
진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효과보다는 안도감,
잠보다는 믿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조그만 알약은
‘괜찮을 거야’라는 문장 하나를
삼키게 하는 부적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했다.
그 부적 없이도
잠들어보겠다고.
그러나 눈을 감자
짙은 그림자가
이불 위로 스며들었다.
불면의 형체가
내 옆에 누워
익숙한 속삭임으로 나를 깨운다.
플라시보조차 나를 버린 밤,
나는
나 자신과의 오래된 싸움 한가운데 서 있다.
불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놓지 못하는 것들.
그것이
내가 지닌 인생의 짐 아닐까.
오늘 밤도 나는
잠들지 못한 채,
그 사소한 진실을 곱씹는다.
그리고 또 한 시간을,
고요히 견뎌낸다.
<나의 기록>
내 브런치 글(2025.8.16.) 플라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