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적게, 커피는 진하게

by 류서윤

커피 향이 거실을 천천히 채우는 아침.


진한 향이 코끝을 스치면 짧은 순간

모든 복잡한 생각이 잠잠해진다.


커피 한 잔에 담겨있는 단맛, 쓴맛,

때로는 신맛이

마치 사람들의 관계처럼 한 모금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다 보면,

그 기대의 무게가 결국 나를 짓누른다.


한때는 진심이라 믿던 말이

어째선지 공기처럼 가볍게 흩어지고,

따스한 마음이 냉랭하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피도 처음엔 쓴맛이 강하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단맛과 깊은 향이 서서히 느껴지듯,

사람 사이의 거리도

그런 쓴맛을 적절히 유지하며 비로소 균형을 찾는다.


기대는 적게 하기로 했다.

대신 진하게 느끼기로 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지켜보는 것.

마치 커피가 식어도 여운이 남듯,

감정을 천천히 음미할 줄 아는 태도 말이다.


진한 커피처럼,

관계도 깊을 필요는 없지만 향은 진했으면 좋겠다.


오래 남는 향으로, 하지만 무겁지 않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커피를 내리며 다짐한다.

기대는 적게, 마음은 담백하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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