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린의 노란 향이 동래시장 초입에 맴돈다.
갈색 설탕이 기름 위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며
달콤한 냄새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나는 그 냄새 앞에서 늘 걸음을 멈췄다.
호떡 리어카 옆으로 흘러나오는 설탕물의 소리,
반죽이 바삭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위로 번지는 뜨거운 마가린의 향기까지.
그 모든 것이 어린 나에게는 하나의 축제였다.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이 아직도 또렷하다.
주머니 속 500원을 찾아
호떡장수의 손바닥에 건네던 엄마의 그 짧은 손짓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제스처였다.
그 빛바랜 동전 하나에
온기와 사랑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걸
그땐 미처 몰랐지만
그날의 호떡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는 것만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가린, 갈색 설탕, 밀가루 반죽.
이제는 멀리한 재료들이지만
그 냄새만은 여전히 내 기억의 가장 깊은 곳에서
따뜻하게 굽혀진다.
가끔 시장을 지나면
그때의 냄새가 날아와 내 마음을 불러 세운다.
나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호떡을 찾고 있다.
시장 한편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지나,
하루의 공기 속에서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 속에서도
그때 그 달콤한 냄새를 찾고 있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군것질의 정겨운 소음 속에서
엄마의 미소 뒤에 숨어 있던
그 따뜻한 시간들을.
<나의 기록>
엄마 손을 꼭 붙들고 마을버스 타고 동래시장 정류장에 내리면 냄새부터 달랐다.
엄마는 호떡부터 시작해 꿀떡, 칼국수, 식혜까지 내 입에 이것저것 한가득 넣어줬다.
엄마는 매운 떡볶이를 참 잘 드셨다.
그 빨간 떡볶이를 먹으면서 땀을 닦는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나는 매워서 아직도 다 못 먹지만, 지금도 엄마와 시장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매운 떡볶이를 찾는다.
호떡 냄새가 나면 나는 언제나 멈춘다.
그 냄새 안에는 어린 엄마의 따뜻한 온도, 그리고 어릴 적 내가 그대로 들어 있다.
그날의 시장, 그날의 냄새, 그날의 호떡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