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다 뜨겁고, 별보다 고요한 곳
검은 심해의 온천 아래에서
자신을 내어 알을 감싼다.
스스로의 생을 불태워
단 한 번의 출산을 위해 살아온 존재
진주문어.
빛조차 머물 수 없는 곳
새끼들의 미세한 숨소리에만 귀 기울이며
수천, 수만 마리의 작은 숨결이
포근한 물살을 따라 어둠 속으로 흩어질 때
서서히 녹는다.
영롱한 진주빛 어미의 마지막 몸짓
죽음은 끝이 아니다.
살이 재로, 재가 바다로,
그리고 바다가 다시 생명으로
스스로의 눈동자가 사라지는 그 순간
스무만의 별로 남아
바다는 다시 끓어오른다.
<나의 기록>
깊은 바다 온천 바위틈에 자리를 잡은 진주문어는
단 한 번의 출산을 끝으로 생을 마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BS1 살아있는 지구3)
그 짧고 뜨거운 생이 오래 마음에 남아 수첩에 적어놓은
'뜨거운 생, 진주문어 2만 마리'
그 고요한 희생의 아름다움을 시로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