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에게 배우는 글쓰기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들과 함께 있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요즘은 산책을 나가도 지인의 집을 방문해도 반려동물과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이 익숙하게 사람들 곁을 드나드는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선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나이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를 볼 때면 시선이 자꾸 그 앞에 머물게 된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다가도 이내 물러서고 만다. 항상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마치 글쓰기와 닮았다.
나에게 글쓰기는 고양이다.
두렵고 어렵지만 그만큼 강하게 끌리니까.
특히 고양이의 눈을 바라볼 때는 이상하게 묘한 감정이 생긴다. 그 속에서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날카롭고도 신비한 빛, 때로는 무심한 듯 반쯤 감긴 눈매, 어떤 고양이는 오드 아이를 지니고 있기도 한다. 고양이의 눈을 보면 낮에는 가느다랗게 조여 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눈을 크게 열어 어둠 속의 작은 움직임마저 놓치지 않는다.
인생도 글쓰기도 그러하다.
잘 보이는 순간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고 단편적인 것에만 한정될 것이다. 눈을 넓게 열어 어둠 속의 아주 작은 빛까지 찾는다면 우리는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가게 된다.
글쓰기가 결국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더듬고 찾아가다 보면 어둠 속에서도 찬란한 빛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 오드 아이를 가진 고양이를 보곤 한다.
한쪽은 푸른빛이 도는 색, 다른 쪽은 황금빛의 색을 가진 눈.
같은 얼굴 안에서 서로 다른 색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똑같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의 모순처럼 느껴진다.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두려움과 용기, 절망과 희망 등이 언제나 우리 인생의 길에 자리하고 있듯이 말이다.
글쓰기 또한 이 서로 다른 감정과 모순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일이다.
한쪽 눈만으로 바라볼 수 없는 세상을 서로 다른 눈으로 더 넓고 다양하게 하나로 바라보듯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결국 고양이의 눈과 닮았다.
낯설고 불확실한 것들 앞에서 주저하면서도 우리는 다시 바라보고 싶어진다.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여전히 두렵고 망설여지지만 그 시선을 붙들어두는 순간 발견하게 되는 무엇인가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것을 글로 쓰고 남긴다면 조금 더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고양이 눈을 바라보듯 글을 쓰고 싶다.
두렵고 힘든 속에서도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모순된 것들을 조화롭게 글로 담아내어서 내 삶의 또 다른 등불 같은 눈이 되어 살아가면서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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