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에게 배우는 글쓰기
우리는 하루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볼까.
어떤 이는 하루 종일 한 번도 보지 않고, 또 어떤 이는 한 시간에도 수십 번 거울을 들여다본다.
일상 속에서 거울은 대체로 외모를 확인하는 도구로만 쓰인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확인하고 머리를 정돈하며, 옷매무새를 살피는 식이다.
하지만 거울은 단순히 겉모습만을 비추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무의식을 보여주는 창일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 감춰둔 감정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심까지도 거울은 비춘다.
거울은 나를 마주하는 문이다.
그 문을 통해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익숙한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며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거울 앞에 서면 늘 같은 얼굴이 비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얼굴을 바라보는 마음은 달라진다.
주름 하나, 눈빛의 깊이 하나에도 내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외면을 들여다보듯, 내면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젊었을 때는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불분명해진다.
삶의 역할과 책임은 늘어나고 일상은 쉴 틈 없이 흘러간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더 자주 거울 앞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춰주는 내면의 거울 앞에 서야 한다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나를 가장 선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은 독서와 글쓰기다.
책 속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감정, 생각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 거울을 통해 타인을 만나고, 타인의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독서는 나를 비추는 간접 거울이다.
반면 글쓰기는 직접 거울이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드러낸다.
글을 쓰는 순간 무의식이 깨어나고 자아는 조금씩 자리를 찾아간다.
또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글쓰기는 결국 자아를 성찰하는 강력한 거울이다.
현실은 언제나 바쁘게 흘러간다.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고, 하루는 총알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잠시라도 글 앞에 앉는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짧은 문장 하나라도 써 내려가다 보면, 거울 속에서 잊고 있던 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거울, 독서, 글쓰기는 모두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겉과 속, 외면과 내면, 나와 타인 사이를 이어주며 나를 온전히 이해하게 만든다.
우리는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내면을 가꾸는 데에도 이 세 가지 거울이 필요하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하고 깊은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내 안을 비추는 거울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내 안을 발견하고, 완전한 나를 만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지키고, 내 삶을 풍요롭고 깊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